Places — Autumn 2021
청울광역시,
중고 전철이 달리는 대도시
지방 광역시를 흉내 내려다 예상보다 거대해진 도시.
나가노에서 굴러다니던 전철을 사 표준궤 대차를 끼워 달린다.
청울광역시의 소개 글은 「천굴광역시가 아닙니다」로 시작한다. 읽는 사람이 흔히 틀리는 발음을 먼저 못 박아 두는 한 줄이다.
01예상보다 거대해진 도시
첫 소개 글은 도시를 훑는다. 도시 전경과 철교를 건너는 전동차, 공단과 현대차 출고장, 강변의 「고-급」 아파트촌, 현대백화점 청울본점, 청울 도시철도 1호선 법원앞역, 그리고 「통과에만 1시간이 걸린다는 마성의 중앙대로」가 차례로 나온다. 목동과 마곡나루역 일대를 모티브로 만든 부도심, 청울시청, 「명품거리(가칭)」도 등장한다. 실재하는 지명과 브랜드를 부분적으로 빌려 오되, 그 위에 청울이라는 가상의 광역시를 세우는 방식이다.
제작자는 이 도시가 커진 경위를 스스로 설명한다. 「그냥 지방에 있는 광역시를 모티브로 만들다가 도시 규모가 제 예상보다 거대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배경에 「모 애니메이션과 모 게임」이 지나가는 것을 두고는 「신경 쓰지 마세요, 누구인지 맞히는 분은 오덕력 상위 10%」라고 적는다.
02표준궤 대차를 끼운 중고 전철
청울에서 도시보다 촘촘한 것은 철도다. 「철도 몰아보기」 한 편에는 남부급행선, 중앙연결선, 청울 본선, 도시철도 1·2·3·4호선, 남외선, 북촌선, 남해선, 미스미선, 샘터선까지 열 개가 넘는 계통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코레일 청울역에 들어오는 특급 「카시오페이아」, 북촌선의 「국철 귀요미들」, 로컬선인 샘터선까지, 계통마다 성격과 별명이 붙는다. 마지막에는 「철도 노선은 이제 그만…」이라는 항복 선언이 붙을 만큼, 한 도시 안에 실제 국철·사철·도시철도의 위계가 통째로 옮겨져 있다.
차량에는 내력까지 붙는다. 청울철도 특급 「블루로즈」를 소개하며 그는 「작명 센스의 상태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이어 「나가노 지방에서 굴러다니던 걸 중고로 사서 표준궤 대차를 끼우고 굴리는 청울철도의 근황에 전세계가 놀랐다」고 적는다. 일본 협궤 지방철도의 중고 차량을 사들여 한국식 표준궤에 맞게 대차를 갈아 끼웠다는 설정이다.
나가노 지방에서 굴러다니던 걸 중고로 사서
표준궤 대차를 끼우고 굴리는 청울철도의 근황에 전세계가 놀랐다!
03남해고속선이라는 제원표
「남해고속선」 한 편은 도시 사진이 아니라 노선 제원표다. 청울–신해운대를 잇는 남해선을 두고 그는 노선 길이(260.5km), 운영 기관(한국철도공사·신청울철도), 시·종점, 구간별 최고 속도(80~300km/h), 전기 방식(교류 25,000V 60㎐), 신호 체계(ATC·ATS·ATP), 운행 열차(KTX-이음·HSR-청울)까지 실제 고속선 자료집처럼 정리한다. 청울역·북청울역·빛가람역·광주역·부산역·신해운대역으로 이어지는 역 목록에는 특급 「마리나」의 정차·통과 여부까지 표시된다. 2022년·2025년의 개통 예정 구간과 「남해군 지선」·「여수밤바다선」 같은 계획 노선을 「19720년 예정」이라는 농담과 함께 붙여 둔 대목에서는, 진지한 제원표와 능청이 한 문서 안에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