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시를 끝내며

아홉 타일을 목표로 시작해 여섯 타일에서 멈춘 도시의 마지막 글. 원경 처리 오류가 번져 더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쉰여덟 장을 찍어 올린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새로 할 지도를 추천해 달라고 덧붙였다.

바다에서 본 청해시
바다에서 본 청해시© 추립문

12월 25일, 도시연재 게시판에 사진 쉰여덟 장이 붙은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청해시를 끝내며..」였고 끝에 말줄임표가 두 점 찍혀 있었다.

무엇을 끝낸다는 것인지는 첫 문단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원래 아홉 타일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여섯 타일쯤 채우고 나니 그놈의 원경 처리 오류가 더 심각해져서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01여섯 타일에서 멈춘 계획

이 게임에서 타일은 도시가 넓혀 갈 수 있는 땅의 단위이고, 아홉 장을 목표로 잡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꽤 큰 도시를 그려 두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계획은 여섯 장에서 멈췄다.

멈춘 이유로 그가 든 것은 기술적인 문제 하나였다. 멀리서 볼 때 쓰이는 간략한 형태가 자재마다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카메라를 물릴 때 건물과 차량이 사라지거나 번쩍거리는데, 도시가 커지고 자재가 쌓일수록 그 증상이 심해진다.

조짐은 12월 초부터 글에 남아 있다. 5일에 그는 화면 한 장을 올리며 이거밖에 안 했는데 벌써 컴퓨터가 버거워한다고, 슬슬 자재를 덜어 내야겠다고 적었다. 댓글에는 컴퓨터가 제일 큰 문제라는 말과 자재가 이천 개일 때는 날아다니더라는 말이 나란히 붙었고, 자재가 오천 개인 노트북 사용자는 죽어 간다는 하소연도 하나 달렸다.

하루 뒤 그는 질문 게시판에 짧은 글을 올렸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열차 차량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번쩍거린다면서, 자재를 덜어 내는 것만이 답이겠느냐고 물었다. 멀리서 볼 때만 그러는 것을 보면 원경 처리 쪽 문제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02지하철역만 빼고

여섯 타일의 가장자리
여섯 타일의 가장자리© 추립문

쉰여덟 장에는 캡션이 띄엄띄엄 달려 있다. 도시 전경 아래에는 미완성이라서 빈 곳이 많다고 적혀 있고, 청해역과 대우빌딩이라는 한 줄이 그다음에 온다. 풀편성 무궁화를 세워 둔 사진에는 원래는 편성이 다 붙어 있어야 하는데 원경 처리 문제인지 이렇게 나온다는 설명이 붙었다.

한 장에는 물음표만 여섯 개 찍혀 있다.

도시의 만듦새를 짐작하게 하는 줄은 지하철역 하나에 붙어 있다. 지하철역만 빼고는 전부 소품을 직접 변형해 세운 것이라고 그는 적었다. 게임이 제공하는 건물을 놓는 대신 소품을 하나씩 깎고 늘여 붙이는 방식이고, 자재가 늘어나고 컴퓨터가 버거워지는 원인도 대체로 이런 작업에서 나온다.

맺음말에서 그는 그래도 이 지도를 하면서 그 도구와 도시 경관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적었다. 도시가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배운 것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한 문단 안에 같이 놓여 있다.

03잡탕이 되어 가는 느낌

구시가지 골목
구시가지 골목© 추립문

이 도시가 무엇을 하려던 도시였는지는 두 달 전 글에 적혀 있다. 10월 하순, 그는 한 달 동안 만든 결과물이라며 열네 장을 올리면서 군산이나 부산같이 구시가지가 더 특색이 있는 개념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점점 잡탕이 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댓글에는 진한 국산 맛이 느껴진다는 말이 달렸다.

일주일 뒤에는 극장 하나를 올렸다. 원래 대학로의 극장과 공연장 느낌으로 가려 했는데 뭔가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었고,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자재를 스스로 만들어 쓸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는 한 주였다고.

마지막 글의 캡션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독립영화관 느낌으로 내려 했는데 나중에 보니 다른 쪽이 괜찮아 보인다는 극장, 어떻게 꾸밀지 고민만 하다 끝내 버렸다는 광장, 여기도 미완성이라는 공항, 신도시로 계획했으나 결국 다 못 하게 되었다는 벌판. 지면에 실은 넷째 장이 그 벌판 쪽이다.

04봐 주신 분들께

도시 지도
도시 지도© 추립문

지면에 실은 지도가 이 도시의 형편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 준다. 반도 끝에 시가지가 촘촘하게 들어차 있고, 항만과 경기장이 그 위에 붙어 있으며, 오른쪽 위 귀퉁이에 공항이 따로 놓여 있다. 나머지는 초록과 물이다.

이 도시는 정식 연재가 아니었다. 마지막 글에서 그는 정식으로 연재를 하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댓글을 달아 주고 마음을 달아 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댓글은 넷이었다. 아쉽다는 말, 왠지 이상한 동상이 보인다는 말, 섬마을이 놀랍다는 말, 그리고 차고지에 쓴 자재를 알 수 있겠느냐는 물음.

정식으로 연재를 하진 않았지만
댓글 달아주시고 마음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05새로 할 지도를 추천해 주세요

섬마을
섬마을© 추립문

본문의 마지막 줄은 인사가 아니었다. 더하기 표시 하나를 앞에 달고 한 줄이 더 있었다. 아 새로 할 지도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도시를 끝낸다는 글의 끝에 다음 지도를 묻는 문장이 붙는다. 지난 여름호에서 우리는 도시를 닫기로 하고 마지막 열 장을 찍은 사람을 다뤘는데, 그 사람도 파일을 지우지 않고 봉인한 뒤 자재 제작 쪽으로 옮겨 갔다. 이 도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튿날인 12월 26일, 같은 사람이 질문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새로운 자재로 전광판을 준비하려 하는데 별도의 보조 도구 없이 화면이 움직이게 만들 방법이 없겠느냐는 물음이었다. 답을 달아 준 사람이 관련 문서와 스크립트를 알려 주었고, 그는 감사하다고 적었다.

도시는 여섯 타일에서 멈췄고 자재는 다음 주에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글에 붙은 자재 사진 아래에는 이 자재가 언제 나올지는 자기도 모른다는 말이 웃음 표시와 함께 달려 있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중단 사유는 작성자가 본문에 적은 기술적 사유(원경 처리 오류) 하나만 옮겼다. 그 밖의 사정은 지면에서 묻지도 추측하지도 않았다. 2019 봄호 [두 번 시작된 건물], 2020 여름호 [도시 봉인 전 마지막 사진]과 같은 기준
  • 작성자가 10월 글에서 밝힌 개인 사정(학교 관련)은 지면에서 뺐다. 본인이 적은 문장이지만 이 기사의 논지에 필요하지 않고, 중단을 개인사와 잇는 서술이 되기 쉬워 제외했다
  • 원경 처리에 대한 설명(간략한 형태가 없으면 멀리서 사라지거나 번쩍인다)은 편집부 배경 서술이며, 12-06 질문 글과 댓글에 근거한다
  • '도시가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배운 것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한 문단 안에 같이 놓여 있다'가 이 기사의 편집부 논평
  • 사진 묘사(해변과 전망탑, 강변의 빈 벌판, 간판이 늘어선 골목, 지도의 채워진 곳과 빈 곳, 섬마을의 순환 도로)는 지면에 실은 다섯 장에 보이는 범위
  • 지도 이미지에 대해 원문은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편집부는 게재 이미지에 보이는 것만 캡션에 적었다
  • 댓글은 발언 내용만 옮기고 닉네임은 지면에 쓰지 않았다
  • 보조 근거 (연재 앞뒤)
  • 2020 여름호 [도시 봉인 전 마지막 사진] 참조 — 봉인 후 자재 제작으로 옮겨 간 선례.
  • 지면 미게재: 도구·기능 실명(LOD→원경 처리, PO(Procedural Objects)→소품을 직접 변형해 세우는 방식, 에셋→자재, 에셋 다이어트→자재를 덜어 내는 일). 게시글 수·조회수는 지면에 쓰지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실제 상호·상표는 본문에서 일반명사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