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을 만들고 있어요
맵을 새로 열자마자 역부터 짓기 시작한 사람의 두 달. 철도회사 넷과 지하철 하나가 겹치는 환승역을 만들고, 출구마다 다른 회사의 기둥과 가로등을 쓰고, 마지막에 스크린샷 찍는 법을 배웠다.
3월 6일에 올라온 글은 두 문장으로 상황을 다 설명한다. 기존 맵이 질려서 새 맵을 시작했고, 역을 좀 신경 써서 만드는데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역만들고있어요ㅎㅎ
중심이 되는 역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스샷찍는 법을 이제서야 배웠습니다ㅠㅠ
이 사람의 봄은 제목만 늘어놓아도 이야기가 되는데, 정작 그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는 제목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01네 회사가 겹치는 자리
첫 글에서 그는 조언을 구했다. 역 주변 도로망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겠느냐는 물음이었고, 사진 끝에는 철길 뒤쪽에 대충 만든 마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사진 끄트머리의 저것도 역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회사의 철도역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답했다. 네 회사의 노선이 겹치는 도시에서 가장 큰 역이 될 것 같다는 말이 뒤따랐다.
이틀 뒤 올라온 글의 제목이 중심이 되는 역을 만들어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역 중 하나가 아니라 도시의 중심이 될 역이라는 뜻인데, 그 시점에 도시는 아직 없었다. 사람이 모이는 지점을 먼저 박아 놓고 그 주위로 도시를 붙여 나가는 순서다.
3월 말의 글에 그 설정이 전부 정리되어 나온다. 중앙의 긴 신칸센 역과 동서로 뻗은 검은 승강장을 합쳐 아홉 개 노선이 서는 곳이 JR인데, 간판이 JR이라 이름도 JR로 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서북쪽 높은 건물과 붙은 역은 세 개 노선을 굴리는 사철이고 회사 이름은 토큐다.
나머지도 이름이 다 있다. 두 역 사이의 빈 땅 지하에는 도에이의 노선 하나가 지나고,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역은 케이오가 쓰며, 이름을 아직 정하지 못한 메트로의 지하철 네 개 노선도 이곳에 선다. 그 목록 끝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설정놀이 재밌다고.
02출구마다 회사가 다르다

설정은 출구 목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신칸센 중앙출구가 있고, 백화점과 쇼핑센터로 이어지며 택시와 버스를 다 탈 수 있는 북측출구가 있고,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와 공항버스가 서는 터미널측 출구가 있다. 상점가와 연결된다는 특징밖에 없다는 동쪽출구도 따로 있다.
작동하지 않는 출구도 그대로 세어 두었다. 신칸센 역 서측출구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그는 괄호 없이 적었고, 케이오와 메트로의 동쪽출구는 간판만 달아 놓았다고 밝혔다. 만들다 만 것을 만들다 말았다고 적어 두는 방식이다.
회사가 다르면 부품도 달랐다. 토큐 역과는 다른 기둥과 데칼과 나무와 의자와 가로등을 썼다고 그는 적었다. 이유는 한 줄이다. 아무래도 회사가 다르니까.
03뚜껑을 덮는 일
이 역의 공법은 뚜껑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기본 역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뚜껑을 덮거나, 앞에 건물을 세우거나, 승강장을 연장하는 식이었다. 뚜껑 덮는 일이 영 만만치 않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과정도 적혀 있다. 표면 자재를 쌓아 층을 만들고, 연석 자재로 층 사이를 메워 계단을 표현하고, 짜증나는 둥근 부분은 데칼과 손작업으로 처리했다. 계단의 둥근 부분이 없는 곳은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끝났다는 비교도 함께 남겼다.
한 번은 방침 자체를 바꿨다. 왼쪽에 빈 공간이 있어 교토역처럼 낮은 건물로 채울까 하다가, 어색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저기 사는 사람들은 거주환경이 너무 최악일 것 같아 그냥 뚜껑을 덮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직 인구가 0명이라 승객이 없다고 같은 사람이 다른 글에 적어 둔 그 도시의 이야기다.
고생의 흔적도 명세로 남아 있다. 무역센터와 백화점과 호텔이 붙은 토큐 중앙출구는 오른쪽 빌딩과 소품 몇 개를 빼면 100퍼센트 손으로 만들었고, 가장자리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펜스를 세웠으며, 배수구까지 표현했다. 계단 쪽 데칼이 겹쳐 보이니 다음에 들어가면 손봐야겠다는 메모도 그 아래 있다.
04미뤄 둔 것들
이 연재에는 완성만큼이나 유예가 자주 나온다. 전차선과 역 앞 도로를 꾸미는 작업은 역시 뒤로 미뤄 두었고 도저히 손이 안 간다고 적혀 있다. 테이블과 파라솔과 노점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너무 귀찮아 미뤄 두었다는 말이 댓글에 따로 달렸다.
쓸데없는 고민이 너무 많아 작업 속도가 엄청 느려진다는 자평도 있다. 역 앞부분을 두고는 이곳은 언제 손댈지 모르겠다고 적었고, 긴 글의 마지막은 늘 같은 방식으로 닫힌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한 번 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며, 이제 과제를 하러 간다는 문장이다.
4월 24일의 글은 본문이 한 줄뿐이다. 시티즈 하고 싶다는 다섯 글자 아래에 역전 풍경 사진 넉 장이 붙어 있었다. 간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감상에는 많은 기업이 엄청 경쟁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갔다.
05완성 전에 다음 것을 시작하다

4월 25일, 그는 복합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알렸다. 첫 문장이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다. 기존에 있던 중앙역을 완성도 못한 채로 새 역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규모가 크다는 말에는 지금까지 만들어 본 구조물 중 이것이 가장 큰 것 같다는 답이 붙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봄의 마지막 제목이 올라왔다. 스샷 찍는 법을 이제서야 배웠다는 글이었고, 본문은 두 문장이었다. 그래픽을 조절하고 카메라 모드를 쓰니 진짜 너무 좋으며,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서야 알았는지 모르겠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것.
대도시 감성이 제대로라는 감상에 그는 인구 6천 명짜리 대도시라고 답했다. 그래픽 설정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는 테마를 여러 가지 섞었고 화질은 300퍼센트로 당겼는데 자세한 것은 들어가 봐야 알겠다고 했다. 나중에는 테마가 가장 큰 역할이었다고 정정하듯 덧붙였다.
두 달 동안 역을 짓던 사람이 마침내 그 역을 보여 주는 법을 배웠다. 짓는 법을 먼저 익히고 보여 주는 법을 나중에 익힌 순서인데, 정작 그 역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고 그 옆에 새 역이 하나 더 올라가는 중이었다.